좋은 기회가 생겨서 큰 회사에 이력서를 한 번 내보게 되었다. 나의 지금 경력으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건 솔직히 욕심이다. 그래도 큰 회사에 들어가서 하게 될 일을 상상해보고, 거기에 맞춰서 내가 여태 해왔던 일들이나 내가 할 줄 아는 것들을 정리해보는 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이력서를 써보면서 새삼 깨달은 게 있다. 내가 지금까지 이력서를 한 번도 제대로 써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이런 기회 하나 하나가 소중하다. 언젠가 이력서를 많이 써야 할 때가 올 텐데, 지금처럼 긴장해서 각 잡고 잘 정리해두면 두고두고 쓰일 데가 있지 않을까 한다. 이력서라는 걸 써본 적이 없으니, 일단은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일들을 주욱 늘어놓아 보았다. 생각보다 적을 게 많아서 놀랐다. 늘어져 ..
나는 웬만하면 계획을 잘 안 세우려고 한다. 아무래도 계획을 못 지키게 될 때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그럴 때마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서, '날짜 맞춰서 끝내야 하는 회사 일' 정도로 중요한 일이 아니면 그때그때 되는대로 하는 편이다. 당연히 새해 맞이 계획 같은 것도 잘 안 세운다. 심지어 1년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도 정하지 않는다. 그저, 작년보다 올해 나아지면 좋겠다 정도의 마음만 가지고 새해를 맞이한다. 그런데 2022년에서 2023년으로 넘어오는 동안에는 마음이 조금 달랐다. 한 살 더 먹는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쫓기는 마음이 들었다. 왜 그런 마음이 드는지 찬찬히 생각을 해보았다. 이렇게 해가 몇 번만 바뀌면 나도 40대가 된다 - 23년 6월부터 만 나이로 ..
요즘 라는 책을 읽고 있다. 두꺼운 책이지만 참고할 만한 내용이 많은 것 같아서 꼼꼼히 읽으려고 하고 있다. 책의 앞부분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걱정하는 이유는 편견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콘텐츠 또는 사건의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전후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보편적으로 올바른 해결책을 찾는 경향이 있다. (p. 31)] 솔직히 나는 평소에 이 내용과 반대로 생각하고 행동할 때가 많다. 이런 저런 사정들 꼼꼼하게 생각하고 결정하기보다는 정해진 쉬운 답 하나를 빨리 찾고 넘어가버리고 싶어 한다. 그러면 더 깊이 생각 안 해도 돼서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답을 정해버리고 나면 꼭 그 답과 어긋나는 케이스를 만난다. 이런..
2020년 초, COVID-19가 퍼지면서, 일이 갑자기 잘 안 풀리기 시작했다. 이러다 문을 닫게 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비록 그 일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망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그런 힘든 시기에도 사업을 성공적으로 키워나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그렇게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 전까지는 남들이 뭘 어떻게 하는지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내 일만 열심히 하면 언젠가 잘 되겠지, 하고 우직하게 열심히만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지냈던 셈이다. 세상이 바뀌어가는 데에 좀 더 일찍 관심을 가졌더라면 여러 가지 성공 사례들을 알고 있었을 것이고, 일이 힘들어졌을 때는 그..
도덕이란 삶에 '참여'해 스스로 세상을 '구성'해가는 '과정'이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답을 주는 존재이거나 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며 온갖 정답으로 채워진 도덕 교과서는 정작 조금도 도덕적이지 않다. 아이들이 직면하는 복잡한 삶의 국면 속에서 성장의 기회를 찾도록 도와주는 힘,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도덕적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말과 행동을 실천하고, 보여주고, 나누는 것,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그런 것이 아닐까? 복잡하고, 유쾌하지 않은 현실로부터 아이들을 최대한 떨어뜨려 놓는 것을 도덕이라고 여기는 교육은 허약한 사회를 만든다. 답이 아니고 길이 아니어도 좋다. 부딪치고 다쳐도 괜찮다. 자기 생각이 없는 껍데기뿐인 인간이 되는 것보다 훨씬 낫다. 삶에 뿌리를 내린 도덕, 현실을 직시하..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으로서, 맡은 바 직무를 더 잘 해내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학생들이 배우는 내용을 완전히 습득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항상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준비를 꼼꼼히 하더라도 학생들이 수업을 들을 의지나 역량이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그 날의 수업은 성공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교사가 결국 맞닥뜨리는 질문은 '사람은 어떻게 배우는가'이다. 자크 랑시에르의 저서 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사람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언어를 습득하고 대상을 구분한다. 이는 인간이 대상을 이해하려는 의지, 세상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타고 나기 때문이다. 그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인간은 다양한 도구를 활용한다.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는 지능이다. ..
"학교가 중앙의 권위가 없이 과연 운영외 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실은 지금까지 시도를 해보지 않아서 모르는 것입니다. 분명히, 참된 교육자 그룹에서는 이 권위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모두가 자유롭고 지혜로워지려고 노력할 때에는 모든 차원에서 서로 협력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올바른 교육에 깊이 그리고 오랫동안 관여해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중앙 권위자가 없는 것이 비현실적 이론으로 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올바른 교육에 전적으로 헌신하는 교사는 재촉을 받거나 감독이나 관리를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슬기로운 교사는 자기 능력을 유연하게 펼쳐 나갈 것입니다. 개인적 자유를 유지하면서도 규칙을 지키고 학교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일을 할 것입니다. 능력은 진지한 관심에서 시작..
"대부분의 역사서는 위대한 사상가의 생각, 전사의 용맹, 성자의 자선, 예술가의 창의성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책들은 사회적 구조가 어떻게 짜이고 풀어지느냐에 대해서, 제국의 흥망에 대해서, 기술의 발견과 확산에 대해서 할 말이 많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개인들의 행복과 고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의 역사이해에 남아 있는 가장 큰 공백이다. 우리는 이 공백을 채워나가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본문 중, p.560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 살아간다. 아무리 우울함에 빠져 삶을 비관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최악의 불행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높이기 위해서 사람들은 무리를 이루고, 문화를 창조하며, 제도를 정비할 뿐만 아니라, 세상 ..
"그러면 왜 역사를 연구하는가? 물리학이나 경제학과 달리, 역사는 정확한 예측을 하는 수단이 아니다.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미래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다. 우리의 현재 상황이 자연스러운 것도 필연적인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우리 앞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가령 유럽인이 어떻게 아프리카인을 지배하게 되었을까를 연구하면, 인종의 계층은 자연스러운 것도 필연적인 것도 아니며 세계는 달리 배열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본문 중, p.342 지금 우리 앞에는 수십, 수백 개의 갈림길이 놓여 있다. 그 중 어떤 길에도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할 필연적인 이유는 없다. 우연한 계기로 인해 우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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