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악은 "이것은 내 거야"라고 말할 생각을 했던 최초의 사람에게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너는 나와 동등한 사람이 아니야"라고 말할 생각을 했던 최초의 사람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불평등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의 결론이 아니다. 그것은 본원적인 정념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불평등은 평등말고 다른 원인을 갖지 않는다. 불평등주의적 정념은 평등의 어지러움, 평등이 요청하는 무한한 과제 앞에서 피우는 게으름, 이성적 존재가 자기 자신의 의무 앞에서 느끼는 두려움이다. p. 156 만일 회교도 재판관이 그의 노예들을 자기에게 복종시키고, 백인이 흑인들을 복종시킨다면, 이는 그가 그들보다 지능에서 더 우월하지도 열등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만일 상황과 협약에 따라 사람들이 나뉘고 위계가 세워지며, 명령을..
신이 준 법령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언어의 언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의 지능은 그의 모든 기술을 이용하여 자신을 이해시키고, 이웃의 지능이 그에게 [말을 통해] 의미하고자 한 바를 이해한다. 생각은 진리로 말해지는 것이 아니라, 진실함으로 표현된다. 생각은 나눠지고, 이야기되고, 다른 이에게 번역되며, 그것을 들은 다른 이는 그것으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든다. 이 다른 번역은 다음의 유일한 조건 속에서 이루어진다. 소통하려는 의지, 다른 이가 생각한 것, 그가 해주는 이야기 말고는 어떤 보증도 없는 것, 어떤 보편적인 사전도 그 이야기에서 무엇을 이해해야 하는지 말해주지 않는 그런 생각을 짐작하려는 의지. 의지는 의지를 짐작한다. 이 공통의 노력 속에서 지능의 시중을 받는 의지로서의 인간이라는 정..
"대부분의 사회정치적 차별에는 논리적, 생물학적 근거가 없으며, 우연한 사건이 신화의 뒷받침을 받아 영속화한 것에 불과하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훌륭한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다. 만일 흑인과 백인의 구분, 브라만과 수드라의 구분이 생물학적 실체에 근거를 두었다면 어떨까? 만일 브라만이 정말로 수드라보다 더 나은 뇌를 가지고 있다면? 그렇다면 인간사회를 이해하는 데는 생물학으로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의 각기 다른 집단이 지니는 생물학적 차이는 사실상 무시할 만한 수준이므로, 생물학으로는 인도 사회의 곡절이나 미국 인종차별의 역사를 설명할 수 없다. 우리는 상상의 산물을 잔인하고 매우 현실적인 사회구조로 바꿔놓은 시간들, 조건들, 권력관계들을 연구해야만 비로소 그런 현상들을 이해할 수..
"현대 수렵채집인에 대한 인류학적 관찰을 통해서 우리는 고대 수렵채집인들에게 어떤 가능성이 있었을 지 이해할 수 있지만, 고대엔 그 가능성의 지평이 훨씬 더 넓었고 그 대부분은 우리 시야에서 가려져 있다. 호모사피엔스의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은 주된 쟁점을 놓치고 있다. 인지혁명 이래 사피엔스에게는 단 하나의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이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많은 가능성 가운데 어떤 것을 문화적으로 선택했느냐라는 문제가 있었을 뿐이다."본문 중, pp. 77-78 를 읽으며 좋았던 점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복잡한 역사적 사실들을 쉽게 풀어내는 저자의 내공이었다. 어려운 개념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미시적인 것에서 거시적인 것까지 놓치지 않고 서술했고, 그러면서..
동일한 지능이 명사도 만들고 수학 기호도 만든다. 동일한 지능이 기호도 만들고 추론도 한다. 두 종류의 정신이 있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관계를 발견하고 조합하기 위해 의지가 지능에 전달하는 에너지가 더 크냐 작으냐에 따라서 지능의 발현들에 불평등이 있다. 그러나 지적 능력의 위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지적 능력의] 본성상의 평등을 의식하는 것이 바로 해방이라고 하는 것이며, 그것이 앎의 나라로 가는 모든 여행길을 연다. 모험을 감행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더 잘 배우거나 못 배우거나, 더 빨리 배우거나 더 늦게 배우거나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p. 61 구하는 자는 항상 찾는다. 그는 자신이 구하는 것을 반드시 찾는 것도 아니고, 그가 찾아야만 하는 것을 찾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
"혐오는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반응이다. 모든 성인은 일정한 형태로 혐오를 지니고 있으며, 모든 사회는 일정한 형태의 혐오를 가르친다. 대부분은 아닐지라도 많은 인간은 살아가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혐오를 필요로 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퇴화해 가는 우리 자신과 몸에서 스며나오는 물질을 너무 일상적으로 대면하는 것은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비록 실제 위험을 그다지 잘 감지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혐오는 너무 어리거나 부주의해서 또는 잘 몰라서 해당 품목의 이점을 숙고할 수 없을 때 위험을 피할 수 있게 해 주는 상당히 유용한 장치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에서 혐오가 법적/정치적 목적에 적합한 귀중한 반응이라는 결론을 도출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삶 속에 깊이 뿌리내린 많은 반응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으며,..
2016년 독서리스트 1. 엄기호, ★ - 어떤 교사 공동체를 만들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 책이다. 2. 오찬호, ★ - 결론에 접근하는 과정이 답정너스럽긴 하지만, 사람들이 갈수록 연대보다는 차별에 찬성한다는 논지에는 크게 동감했다. 3. 알랭 드 보통, ★★ - 스무 살에 읽었을 때와는 느낌이 또 달랐다. 지위 불안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한 책. 동의되는 부분이 꽤 많았다. 4. 노명우, ★★★ - 혼자 살든, 같이 살든 자기밀도가 높은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밀도 높은 사람들이 연대하는 사회로, 혼자 있을 수 있는 물질적 심리적 조건을 제공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5. 데이비드 헬드, ★★★ - 민주주의를 정의하는 다양한 정치철학 사조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
2015년 독서리스트 기록을 위해 옮겨옴 조너선 스펜스, 현대 중국을 찾아서 1, 2 ★★★ - 중국 현대사 공부의 바이블. 문정인, 중국의 내일을 묻다 - 중국 이해에 도움은 되지만 이제는 약간 시대가 지난 느낌. 살만 칸, 나는 공짜로 공부한다 -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상상할 수 있는 책.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 교문을 넘다 ★ - 청소년도 사람이다. 그들에게도 인권이 있다. 후루이치 노리토시,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 - 청년 담론의 허구성에 대하여 루돌프 슈타이너, 자유의 철학 ★★★ - 자유는 무엇까지 포괄하는 개념인가. 내면의 빛을 찾아서 밝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협동의 터전에서 희망을 만나다 - 북미대륙의 협동조합 사례집 신영복, 담론 ★★★ -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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