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시를 탔다. 신길역 가주세요. - 지하철역 가시나요? 아니요, 그 근처에 볼 일이 있어서요ㅎㅎ - 신길역 근처에 좋은 화장실이 있나? 왜 볼 일을 거기서 보세요? 껄껄껄 아재들의 개그감이란.. * 기사님 전화벨이 울린다. 거기 하룻밤 숙박료가 얼마죠? 바닷가랑은 가까운가요? 근처 수목원은 지금도 할인하나요? 등등을 묻더니 전화를 끊는다. 하루 자는데 20만원이라니 말이 되냐며 투덜댄다. 동해안쪽으로 가시나요? - 아니요, 천리포요. 해수욕은 안 하고, 서해안이니까 낙조 보고, 고기나 구워먹다 오려고요. 제가 작년에 환갑 지나고 올해 에순 둘인데, 자식놈들이 지 애비 생일이라고 뭘 해준다 그러네요. 그래서 제가 용감하게 방을 얻어보겠다고 큰소리쳤는데 큰일났네 이거.. 생각해보니 우리 아버지 또래다. ..
* 어느 반에 속해 있든, 아이들이 나에 대해서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두 개 있다. 하나는 웃기게 생긴 사람이라는 것. 다른 하나는 화를 내지 않는다는 것. * 화를 내지 않는다고 해서 만만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화를 내지 않는 대신 끝까지 토론해서 합의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합의의 기준은 무엇이 더 옳고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가이다. 합의된 결론은 정답이 아닐지도 모른다. 대신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지표가 된다. * 초등학생 때 만나 어느새 중학생이 된 아이들과 를 읽고 있다. 에는 주옥 같은 명대사들이 참 많이 나온다. 얼마 전 수업에서는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대사가 나왔다. '내가 너희에게 화를 내지 않는 이유는, 정말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
*명절에 만난 사촌누님이 본인의 아들(남, 예비초3)을 영어 학원에 보낼지 말지 내게 물어보았다. 갓 10대에 접어든 사람으로서 당장 영어 단어 몇 개를 더 알면 무엇이 나아질까. '좋은 삶'에 대한 기준을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서 특정한 사물이나 개념에 명칭을 부여한다. 그러므로 언어 학습은 생각을 물질적인 형태로 번역하는 도구를 가지는 일이며, 세상 만물을 구분하는 틀을 지니는 일이다. 언어를 잘 다룰수록 세밀하게 사고하고,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다. 10살이라면, 모국어를 충분히 능숙하게 사용할 만큼 연습을 한 다음에 외국어를 가르치는 게 맞다고 본다. 사고의 중추가 형성되는 시기로서, 모국어가 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어가 짱짱맨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영어를 잘 ..
* 교육협동조합을 조직하고 싶다는 사람들을 만났다. 학부 저학년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없지만 분명한 방향성을 가지고 삶을 꾸리고 있었다. 현재는 미약하지만 미래는 분명 창대할 것이라 느꼈다. * 조언을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 연락을 해봐도 만나주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그에 비하면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조합을 처음 만들 때부터 계속해서 멋진 선배들로부터 애정어린 조언을 많이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고, 그들로부터 전수받은 지혜를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기 위해서 이런 요청을 거절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 내가 해준 이야기는 우리가 직접 고민하고 결정하여 실천한 후 반성한 결과물이었기 때문에 우쭐하지도, 지나치게 자랑스러워하지도 않았다. 그만큼 진실하면서도 생..
실제로 잘 했든 못 했든, 지적을 당하면 반발심이 생기는 게 인지상정이다. 다만 그 반발심이 억울한 마음으로까지 커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 지적이 타당한지 아닌지를 먼저 가려내고 나서 억울해해도 늦지 않다. 요즘 할 일이 좀 많다. 그걸 해내기 위해서 나름대로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몸은 하나이고, 사용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해도 어쩔 수 없이 구멍이 생긴다. 한 학부모님께서 아이들을 통해 그에 대한 지적을 해주셨다. 문제는 수업 일지였다. 지금 진행하는 수업이 다섯 개인데, 성실하게 수업 일지를 쓰는 건 두 개밖에 되지 않는다. 해당 수업의 경우, 8월 말, 9월 초 이후로 수업 일지를 작성하지 못했다. 가장 성실해야 할 부분을..
오늘 새벽엔 응급실에 실려 갔다 왔다. 뻘스런 일기를 쓰면서 잘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별안간 심장이 엄청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가만히 누워서 호흡을 고르며 가슴을 맛사지 했는데 상태가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 가슴이 뻐근해질 정도로 심장이 계속 요동쳤다. 특히 몸이 아플 때, 혼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으면 최대한 빠르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냉큼 119에 신고를 했고, 신분증과 기타 중요 물품을 챙겨서 내려가니 구급차가 와 있었다. 처음에는 신림사거리에 있는 양지병원에 가려고 했는데, 맥박과 혈압을 재보더니 심각했는지 보라매병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때 혈압이 최고 250/130 정도 되었다. 아마 맥박도 분당 200 가까이 되었을 것 같다. 의식은 아주 도렷해서 구급대원들의 질문에 분명하게 잘..
나는 굉장히 목적지항젹 인간이다. 입시를 준비하던 고등학생 시절에 이 사실을 절절히 깨달았다. 누구에게든 일상은 절대적인 진공상태일 수가 없기에 예상치 못한 일들이 뜻하지 않은 타이밍에 벌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무엇을 희생하더라도 좋은 대학에 가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성적이 최우선이었고, 그것에 방해가 되는 것은 어떤 것이든 방어하고 싶었다. 그래서 돌발적인 변수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거기에는 이성관계도 포함된다. 남중-남고의 척박한 환경에서도 어쩌다가 한 번씩 특별한 관계가 만들어지곤 했다. 잘 지내다가도, 그 관계로 인해 내 일상이 조금이라도 흔들려서 목표달성에 방해가 될 것 같으면 가차없이 쳐냈다. 요즘도 그러하다. 그 무엇보다 나의 일, 나의 성장, 나의 성공이 가장 중요..
내게는 그 무엇보다 나 자신의 행복이 중요하다. 삶의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어떤 것이든 다 내팽개치고 나의 안전을 챙길 거라는 걸 안다. 짧은 생을 사는 동안 이미 몇 번이나 그래왔다. 처음에는 그런 내가 싫고 부끄러웠다. 우리나라 교육에서는 공동체를 위한 희생, 타인을 위한 배려를 강조하는데, 학교에서 시키는 것이면 무엇이든 잘 하고 싶었던 나로선 그 교육 방침을 따르지 못하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스스로가 이기적이고 비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몇 년 전, 사랑하는 사람에게 큰 상처를 주고도 끝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노력하는 나를 보곤 깨달았다. 나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절대로 바뀌지 않겠구나. 고백하건대, 그 때 가장 아팠던 것은 나와 친했던 사람들이 그 사건으로 말미암아 나에게서 일제히 돌..
"과정의 연쇄로 서술할 수는 있지만 인과관계로는 엮이지 않는 일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처럼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분석되지 않는 일을 만났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불확실하다 여기며, 막연한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나'의 세상에는 확실한 것보다 불확실한 것이 더 많다. 또한 '확실의 세계'를 확장하려는 운동에는 한계가 있다. 개인이 온 우주를 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단 해야 할 일은 불확실성의 존재를 수용하고, 그것과 공존하는 법을 익히는 일이다." 내가 예전에 페북에 썼던 짧은 글이다. 유일한 진리가 있다면, 세상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어떠한 예측도 불허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개인적인 수준에서 최선의 노력은 불확실함을 견딜 수 있는 멘탈을 ..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한다. 그 부담의 기준은 보통, '비슷한 거리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견딜 수 있는 관심의 양'으로 결정된다. 상대방의 마음을 내가 알 수 없기에, 내가 견딜 수 있을 정도의 관심만을 보이려고 노력한다. 물론 그 부담의 양에는 상대방의 성향이나 나와 그의 상성 등도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 나는 인간관계에서 부담이 되는 존재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조심하려고 굉장히 많이 노력한다. 그런데 달리 생각해보면,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서로 일정 부분 부담을 지는 일일 수밖에 없다. 나의 관심과 시간을 투여해야 하는 한편, 그에게 내가 어떻게 비칠지를 신경써야 하기 때문이다. 관계를 맺음으로써 발생하는 부담의 양이 결정되고 나면, 그 부담을 견디면서 관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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