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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초, COVID-19가 퍼지면서, 일이 갑자기 잘 안 풀리기 시작했다. 이러다 문을 닫게 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비록 그 일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망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그런 힘든 시기에도 사업을 성공적으로 키워나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그렇게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 전까지는 남들이 뭘 어떻게 하는지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내 일만 열심히 하면 언젠가 잘 되겠지, 하고 우직하게 열심히만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지냈던 셈이다. 세상이 바뀌어가는 데에 좀 더 일찍 관심을 가졌더라면 여러 가지 성공 사례들을 알고 있었을 것이고, 일이 힘들어졌을 때는 그 위기를 다양한 가능성들을 실험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성공한 사업가들을 인터뷰한 유튜브 영상이나 성공한 기업들을 조사해서 쓴 책을 찾아서 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멋진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해서 회사를 빠르게 키우고 크게 투자까지 받은 사람들이 먼저 눈에 띄었다. 크게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넷플릭스 같은 회사들부터 작게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들을 살펴보았다. 나에게는 정말 별세계였다. 저 문제를 저렇게 풀어나갈 수도 있구나, 저기서 가치를 만들어내고 그것으로 돈도 벌 수 있구나, 하는 것들을 알게 되었다. 그 회사들이 어떤 고생길을 걸어왔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로, 겉으로 보이는 결과물만 보고 그 창업가들을 부러워하기도 했고, 내가 그들처럼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우울해지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긴 일이다. 깜냥도 안 되는 주제에, 비교할 걸 했어야지.

 

그 뒤로도 틈날 때마다 여러가지 사례들을 찾아보았다.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노력해서 튼튼하고 건실한 회사를 만든 사업가들도 많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최근에 알게 된 사례는 아성다이소의 박정부 회장의 이야기이다. 그의 이야기를 유튜브에서 짧은 클립으로  처음 접했는데, 그야말로 ‘그릿(grit)’의 표본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 같다. 꼭 다이소처럼 큰 회사가 아니어도, 직원 수는 50명-100명 정도 되고,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충분히 인정받는 회사들도 꽤나 많은 것 같다. 세상을 뒤흔들 만한 아이템이 없어도 끈기와 꾸준함으로 승부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이런 회사들을 보면 알 수 있다. 크게 뛰어난 것 없는 사람이 사업을 하고자 한다면 이 정도 크기의 회사를 목표로 삼는 것이 어쩌면 현명할 지도 모르겠다.

https://youtu.be/bZKrL6LdSow

 

얼마 전에 아담 그랜트의 책 <오리지널스>를 읽었다. 곱씹을 만한 글귀가 많아 열심히 메모를 해두었다. 책에는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만드는 두 갈래 길이 나온다. 하나는 ‘개념적 혁신가(conceptual innovator)’, 다른 하나는 ‘실험적 혁신가(experimental innovator)’이다.

[개념적 혁신가(Conceptual Innovator)들은 대단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그 개념을 실행하는 데 착수한다. 실험적 혁신가(Experimental Innovator)들은 시행착오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면서 지식을 축적하고 진화한다. 그들은 특정 문제를 다루면서도 처음부터 특정 해결책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실험적 혁신가들은 미리 계획하는 대신 일을 진행시켜가면서 해결책을 찾는다. (아담 그랜트, <오리지널스>, 4장 중에서)]

라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나는 나에게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 같은 건 딱히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굳이 끼워맞춰 보자면, 나는 '개념적 혁신가'보다는 '실험적 혁신가'에 가까운 것 같다. 여태까지의 나를 돌아보니, 나는 새로운 걸 발명해내거나, 신박한 아이디어를 내거나, 주어진 문제를 전략적으로 푸는 걸 잘 못 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보다는 어떤 문제 상황이 주어졌을 때 직접 몸으로 부딪혀보고 경험치를 먹으면서 차츰차츰 나아지는 스타일이다. 예전에 청소년들과 공부하기 위한 커리큘럼을 만들 때도 그랬고, 지금 회사에서도 일을 그렇게 해나가고 있다. 그래서 나에게는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면서 시간을 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걸 그 때는 몰라서 아쉽다고 해야 할지,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이제는 좀 길게 보고 여유 있게 한 발씩, 대신 멈추지 말고 꾸준히 나아가는 게 중요하겠다고 다시금 마음을 다잡게 된다. 그런 나에게는 <오리지널스>의 이 글귀가 큰 위로가 되었다.

[젊은 천재에게는 단거리 경주가 좋은 전략이지만, 노련한 거장이 되기 위해서는 참을성 있게 실험에 매진하는 마라톤 주자의 끈기가 필요하다. 둘 다 모두 창의력을 발휘하는 길이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기발한 생각이 번뜩 떠오르지 않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천천히 꾸준하게 실험을 계속하는 것이 독창성을 오래도록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아담 그랜트, <오리지널스>, 4장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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