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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시브#5 - 행복의 범위

완전한인간지망생 2016. 8. 12. 02:58
내게는 그 무엇보다 나 자신의 행복이 중요하다. 삶의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어떤 것이든 다 내팽개치고 나의 안전을 챙길 거라는 걸 안다. 짧은 생을 사는 동안 이미 몇 번이나 그래왔다. 처음에는 그런 내가 싫고 부끄러웠다. 우리나라 교육에서는 공동체를 위한 희생, 타인을 위한 배려를 강조하는데, 학교에서 시키는 것이면 무엇이든 잘 하고 싶었던 나로선 그 교육 방침을 따르지 못하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스스로가 이기적이고 비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몇 년 전, 사랑하는 사람에게 큰 상처를 주고도 끝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노력하는 나를 보곤 깨달았다. 나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절대로 바뀌지 않겠구나.


고백하건대, 그 때 가장 아팠던 것은 나와 친했던 사람들이 그 사건으로 말미암아 나에게서 일제히 돌아서던 모습이었다. 그 경험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관계맺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정말 많이 고민했다. 나는 사회적 신망, 혹은 명예욕을 정말 중시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았다. 쉽게 말하면 '관종'의 면모가 두드러진다. 한편으로는 그 와중에도 내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이 정말로 고마웠다. 그리고 이 소중한 사람들이 모두 행복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두 가지 상반된 감정 속에서, 내가 행복하려면 그들도 행복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올 여름은 유난히 덥다.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일들이 자꾸 생겨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그 중에서도 함께함으로써 나를 지탱해주는 사람들이 자꾸 아프고 힘들어해서 신경이 많이 쓰인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들이 행복할 때 나도 행복하다. 내 행복을 위한다는, 아주 이기적인 이유에서 나는 그들의 건강과 안녕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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