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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완전한인간지망생 2017. 6. 16.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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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반에 속해 있든, 아이들이 나에 대해서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두 개 있다. 하나는 웃기게 생긴 사람이라는 것. 다른 하나는 화를 내지 않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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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내지 않는다고 해서 만만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화를 내지 않는 대신 끝까지 토론해서 합의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합의의 기준은 무엇이 더 옳고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가이다. 합의된 결론은 정답이 아닐지도 모른다. 대신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지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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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 만나 어느새 중학생이 된 아이들과 <어린 왕자>를 읽고 있다. <어린 왕자>에는 주옥 같은 명대사들이 참 많이 나온다. 얼마 전 수업에서는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대사가 나왔다. '내가 너희에게 화를 내지 않는 이유는, 정말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야.'라고 말했다. 한 아이는 '저도 그래서 선생님이 좋아요'라고 말했고, 다른 아이는 내게 하이파이브를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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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장면에서 우리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흘렀다.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아이들을 판단하지 않으려 노력했던 시간이 일시에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이 맛에 초심을 놓치지 않고 게속 수업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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