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변화에는 에너지가 많이 소요된다. 그 에너지를 만들려면 막대한 자원이 필요하다. 사회적인 변화 또한 그러하다. 하지만 사회를 좀 더 자유롭고 평등하게 바꿔보겠다는 사람들은 권력이나 물적 자원을 적게 가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은 인적 자원뿐이다. 사람이라도 갈아넣지 않으면 동력을 만들 길이 없다.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은 보통 아주 불행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다. 활동가들은 자신이 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믿음, 세상을 더 좋게 바꿀 수만 있다면 이 정도 고생은 감내하겠다는 신념으로 현재를 버티고 있다. 그들은 이 믿음과 신념이 무너질 때 가장 심하게 상처받고 방황한다. 그런데 같은 문화 안에 사는 사람들의 수준이라는 게 다 거기서 거기여서, 소위 진보 업계에서도 한국..
이라는 책이 있다. 장하준 교수의 동생인 장하석 교수가 쓴 과학철학 책이다. 김현수가 추천해서 읽다가 절반 정도에서 포기했다. 과학자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익숙하지 않아 읽기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해로운 문돌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대충 요약해 보자면, 수많은 과학자들이 정확한 어는점과 끓는점을 측정하기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고, 그 과정에서 복잡한 논쟁과 합의의 과정이 있었다. 지금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온도계가 완성되기까지는 수백 년이 걸렸다. 이처럼 하나의 개념은 오랜 시간과 복잡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자연과학뿐만 사회과학이나 인문학의 개념도 그러하다. 학부생 때 워낙 공부를 안해서 이제서야 홉스, 로크, 루소의 책들을 찾아 읽고 있다.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
소설 에서,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관계를 소중하게 만드는 건 길들이기 위해 들인 시간'이라는 말을 한다. 누군가를 길들이기 위해 시간을 많이 들일수록 관계가 더 깊어지고 소중해진다는, 평범한 진리가 담겨 있는 말이다. 그런데 당연한 말은 일상에서 실천하기 매우 어렵다. 시간이 곧 돈이 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일분일초를 쪼개 쓴다. 그렇게 번 돈으로 각종 재화와 가치를 구매하여 욕구를 충족시킨다. 그런데 여우의 말에 따르면 '친구를 파는 가게'는 없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친구가 없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친구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려면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아차산 아래에서 나와 함께 공부하는 중학생들은 나와 만난지 길게는 3년, 짧게는 1년이 넘었다. 초보 선..
*나는 이준익 감독 영화 그닥 안 좋아한다. 작년에 봤던 빼고는 다 별로였다. 역시 그러하다. 플롯구성, 캐스팅, 연기, 대사, 영상 모두 마음에 안 들었다. * 그럼에도 주인공인 '박열'이라는 인물은 정말 좋았다. 왜 이런 인물을 여태 모르고 살았을까. 철저히 고증했다고 하니 실존인물과 거의 비슷할 것이다. 헬조선에사 보기 드문 '근대적 개인'의 면모가 돋보였다. * 아나키즘에 관심이 생겼다. 그렇다고 이걸 잡고 깊이 파고들 여유는 없고, 공부하는 도중에 관련 자료를 접하게 되면 좋겠다. 아나키즘을 보통 무정부주의라고 번역하는데, 본래 의미에 가까우려면 반-지배-주의(anti-archy-ism)라고 옮기는 게 더 맞지 않나 싶다. 인간은 인간이라는 자격 만으로 모두 평등하고, 모든 형태의 권력과 지배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이런 영화가 어째서 이렇게 소리소문없이 개봉한 건지 아직도 의문스럽다. 최고의 예술가가 빚어넨 걸작을 동시대에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항상 감사하다. *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는 동생인 조나단 놀란이 각본에 참여한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으로 나뉜다고 한다. 조나단 놀란이 참여한 작품은 서사가 치밀하고 탄탄하다고 한다. 반면 크리스토퍼 놀란 혼자 극본을 쓴 작품은 서사가 좀 약하다는 듯.에는 조나단 놀란이 참여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스토리라고 할 만한 게 없다. 대신 압도적인 영상미와 관객의 멱살을 붙들고 흔드는 듯한 음악과 음향, 독특한 편집으로 러닝타임을 가득 채운다. 그것만으로도 영화의 완성도는 충분히 높았다. * '이것은 전쟁영화가 아니다.' 예고편에 나오는 광고..
*솔직히 진짜 못 만들었다. 주제는 너무 돌출되어 있고, 감동과 눈물을 억지로 쥐어짜고, 플롯은 빈틈 투성이다. 명배우들이 모였는데도 연기가 어색한 장면이 너무 많다 역사적 사실과도 거리가 먼 부분이 꽤 있다고 한다. 고작 이거 만들자고 그만한 돈을 들였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도 류승완이라면..'하고 약간이나마 기대를 했지만, 그마저도 충족되지 않았다. 소재의 압박에 감독이 짓눌린 것 같다. 한편으로는 영화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그게 미처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영화를 만든 것 같기도 하다. * 위의 내용을 전제로 깔고, 그래도 나는 류승완 감독을 좋아하니까, 변명거리들을 좀 생각해봤다. 류승완 정도 되니까 '군함도'라는 소재를 다룰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군함도'는 좀 더..
[학교의 안과 밖]‘다양한’ 교사를 증원하라 권재원(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문재인 대통령이 교사 증원을 약속했다.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다. 지난 정부들은 늘 교사 정원을 줄여왔다. 미래에 줄어들 학생 수를 대비하여 미리부터 교사 수를 줄였기 때문이다..박수를 보내야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교사가 되기 위한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그 과정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중등교사는 사범대학에 진학한 순간부터 임용시험을 준비하지 않으면 교사가 되기 어렵다. 사범대학이 이 과정을 전혀 준비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수천만원을 들여가며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 초등교사는 임용고시 경쟁률이 낮은 대신 대학에 입학하는 과정이 어렵다. 전국 10개 교육대학교와 교원대 및 이화여대 초등교육과를 졸..
소설 에서,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관계를 소중하게 만드는 건 길들이기 위해 들인 시간'이라는 말을 한다. 누군가를 길들이기 위해 시간을 많이 들일수록 관계가 더 깊어지고 소중해진다는, 평범한 진리가 담겨 있는 말이다. 그런데 당연한 말은 일상에서 실천하기 매우 어렵다. 시간이 곧 돈이 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일분일초를 쪼개 쓴다. 그렇게 번 돈으로 각종 재화와 가치를 구매하여 욕구를 충족시킨다. 그런데 여우의 말에 따르면 '친구를 파는 가게'는 없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친구가 없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친구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려면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아차산 아래에서 나와 함께 공부하는 중학생들은 나와 만난지 길게는 3년, 짧게는 1년이 넘었다. 초보 선..
아이들을 대하다 보면 나를 돌아보게 하는 일이 많이 생긴다. 특히 아이들이 나에게 존경의 염을 표현하면 내가 과연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사럼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이럴 때는 내가 뭔가 잘못해서 반성할 때보다 심사가 한층 복잡해진다. 오늘은 '성공-성장-성숙'이라는 주제로 초등학생들과 수업을 했다. 수업의 도입부에 자기가 생각하기에 가장 성공한 것 같은 사람이 누구인지 적고 발표했다. 그런데 한 아이가 내 이름을 적었다. 아이들이 답을 고민하는 동안 '선생님 정도면 괜찮지 않냐?'라고 너스레를 좀 떨었더니 불쌍해서 반쯤 장난으로 그렇게 답을 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진심이었고, 발표하기 부끄러우니 선생님안 읽으라고 책을 내게 줬다. 자기도 나중에 선생님이 되고 싶은데 심우열 선생님처럼..
특정 정치세력에 속해있거나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북한', '빨갱이', '종북' 등과 같은 단어에 거의 자동적으로 반응한다. 종소리만 들이면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이들은 이 단어들을 인지하는 순간 미친듯이 달려들어 물어뜯는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을 저 단어들로 묶어버림으로써 그들이 퍼트린다고 여겨지는 오염성분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한다. '빨갱이'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들이 실제로 빨갱이인지,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고민하지 않는다. 그들만 그런 것은 아니다 이념적 지향이 반대인 사람들도 비슷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내가 몸담고 있는 대안교육 업계로 한정지어 말하자면, 경쟁, 암기, 시험 등의 용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보기에 경쟁은 학생들의 자발성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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