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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가치관의 방향만큼이나 수준도 중요하다.

완전한인간지망생 2017. 6. 16. 11:23

특정 정치세력에 속해있거나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북한', '빨갱이', '종북' 등과 같은 단어에 거의 자동적으로 반응한다. 종소리만 들이면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이들은 이 단어들을 인지하는 순간 미친듯이 달려들어 물어뜯는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을 저 단어들로 묶어버림으로써 그들이 퍼트린다고 여겨지는 오염성분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한다. '빨갱이'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들이 실제로 빨갱이인지,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고민하지 않는다.


그들만 그런 것은 아니다 이념적 지향이 반대인 사람들도 비슷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내가 몸담고 있는 대안교육 업계로 한정지어 말하자면, 경쟁, 암기, 시험 등의 용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보기에 경쟁은 학생들의 자발성을 억압하고, 암기는 좋은 학습법이 아니며, 모든 시험은 학생들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잘못된 평가도구이다. 그래서 그들은 경쟁, 암기, 시험을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그것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매도하고, 제도권 교육을 무작정 비난한다.


이처럼 특정한 가치나 개념을 무작정 매도하는 태도가 이념 지향을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이유는 그렇게 해버리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타도해야 할 적이 분명할수록 행동방향을 결정히기가 쉬워진다.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자세히 따지는 건 불편하고 귀찮다. 꼼꼼히 살펴서 사유의 실수를 고치려면 많은 에너지를 들여야 한다. 그러니 사람들은 힘든 길을 피하고, 쉬워보이는 길을 택한다. 그 끝에 어떤 파국이 기다리고 있든지 말이다.


가치관의 방향은 중요하다. 사회를 구성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느냐에 따라 그 사회가 나아갈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동등한 참정권을 가지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요즘은 가치를 실현하는 태도가 가치의 방향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진보 장당을 지지한다고 더 우월한 사람이 아니고, 보수 정당을 지지한다고 미개한 사람인 것도 아니다. 부지런히 삶과 사유를 점검할 때 각자가 지닌 가치관의 품격도 높아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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