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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Detachment>

완전한인간지망생 2016. 7. 20. 15:13
<Detachment>

2년 전쯤, 한 시사잡지에서 영화 <Detachment>의 소개글을 보았다. 굉장히 좋은 교육영화라고 했다. 교육과 관련된 자료들은 가리지 않고 다 보던 시절이라, 이 영화도 그 공부의 일환으로 감상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예상치 못했던 큰 충격을 받았다. 교사가 교사이기 이전에, 학생이 학생이기 이전에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살아가는 '개별적 인간'이라는 당연한 진리를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학교 또한 각자의 방향과 속도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하나의 사회라는 것을 기억한다면, 학교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매우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영화가 보여주는 건 생과 학생이 하나되어 기적을 일으키는 감동 스토리가 아니다. 이 영화와 일반적인 교육영화들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주인공은 직업인으로서의 교사이기 이전에 삶을 살아가는 한 인간이다. 그는 어린 시절에 얻은 마음의 병을 지금도 앓고 있다. 어릴적 어머니와 함께 만든 추억 덕분에 그는 지금도 행복하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그 행복을 망쳤다. 주인공은 유일한 혈육이라 할아버지를 부양해야 한다. 그로 인한 내적 갈등을 치유하는 것이 이 영화의 주요 흐름이다. 주인공은 받아들이고 싶은 감정과 그렇지 않은 감정을 완전히 분리시키는 방식으로 이 내적 갈등을 일시적으로나마 봉합한다. 주인공의 심리적 분리는 세상과 자신의 분리로서 겉으로 드러난다. 

주인공은 섣불리 남을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는다. 감정과 사실을 구분하고, 일어난 일에 대한 대응으로서 행동한다. 상처받은 사람에게는 연고를 발라주고, 학생이 수업을 듣기 싫다고 하면 교실 밖으로 나가는 것을 허락하고,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그저 다 잘 될 거라는 말을 던져줄 뿐이다. 이러한 태도는 두 가지 상반된 마음에 기인한다. 하나는 세상과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마음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인격과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신념이다. 영화의 수많은 등장 인물들도 주인공처럼 자신만의 사연을 지니고 있다. 타인의 인격과 자유를 존중한다는 것은 그 삶이 만들어가고 있는 이야기의 의미와 가치를 동등하게 인정한다는 것이다. 결국 주인공은 할아버지를 용서하면서, 본인에게 찾아온 사랑을 받아들이면서,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되었다. 따로 분리해서 마음 한켠에 묻어두었던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세상과의 화해가 가능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내가 나를 이해하는 만큼 세상을 받아들이는 폭도 넓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학생들은 아무래도 아직 미숙하기에 잘못된 말이나 행동을 종종 한다. 그 말과 행동은 그가 여태껏 살아온 삶의 흐름과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그 흐름을 파악하고, 그에 근거하여 드러난 말과 행동의 의미를 이해함으로써, 비로소 잘못된 언행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이 때 참고자료로 삼을 수 있는 것은 교사 본인의 삶의 폭과 깊이이다. 그래서 교육은 삶과 삶이 만나서 만드는 기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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