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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덩케르크(2017)>

완전한인간지망생 2017. 8. 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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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이런 영화가 어째서 이렇게 소리소문없이 개봉한 건지 아직도 의문스럽다. 최고의 예술가가 빚어넨 걸작을 동시대에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항상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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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는 동생인 조나단 놀란이 각본에 참여한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으로 나뉜다고 한다. 조나단 놀란이 참여한 작품은 서사가 치밀하고 탄탄하다고 한다. 반면 크리스토퍼 놀란 혼자 극본을 쓴 작품은 서사가 좀 약하다는 듯.

<덩케르크>에는 조나단 놀란이 참여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스토리라고 할 만한 게 없다. 대신 압도적인 영상미와 관객의 멱살을 붙들고 흔드는 듯한 음악과 음향, 독특한 편집으로 러닝타임을 가득 채운다. 그것만으로도 영화의 완성도는 충분히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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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전쟁영화가 아니다.'
예고편에 나오는 광고문구다. 실제로 그러하다. 전쟁은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활용된 중요한 도구다. 전쟁만큼 삶의 소중함과 생명의 존엄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상황은 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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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존재는 의도와 관계없이 세상에 내던져진다. 그리고 주어진 만큼 머물다 때가 되면 분자 단위로 분해된다. 그런데 인간은 참으로 특이해서 이러한 순환을 거부한다.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니면서 어떻게든 오래 살고 싶어 한다. 개별적인 삶의 욕구가 얽히고 설키면서 인간 사회가 만들어진다. 끊임없이 편을 가르고 타인을 공격하고 해치는 것도 다 오래 살고 싶어서다. 그런 사람들에게 생존은 공포이고, 탐욕이고, 불평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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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무너지지 않고 어떻게든 유지되는 이유는 타인의 생명을 자신의 그것만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살고 싶은 만큼 다른 사람들도 살고 싶을 것이기에, 가진 자원을 총동원해서 죽어가는 생명을 구원한다. 여기에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오래사는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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