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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함도(2017)>

완전한인간지망생 2017. 8. 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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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진짜 못 만들었다. 주제는 너무 돌출되어 있고, 감동과 눈물을 억지로 쥐어짜고, 플롯은 빈틈 투성이다. 명배우들이 모였는데도 연기가 어색한 장면이 너무 많다 역사적 사실과도 거리가 먼 부분이 꽤 있다고 한다. 고작 이거 만들자고 그만한 돈을 들였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도 류승완이라면..'하고 약간이나마 기대를 했지만, 그마저도 충족되지 않았다. 소재의 압박에 감독이 짓눌린 것 같다. 한편으로는 영화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그게 미처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영화를 만든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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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내용을 전제로 깔고, 그래도 나는 류승완 감독을 좋아하니까, 변명거리들을 좀 생각해봤다. 류승완 정도 되니까 '군함도'라는 소재를 다룰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군함도'는 좀 더 일찍, 더 널리 알려져야 할 일인데 이제서야 겨우 대중문화에서 조명받기 시작했다. 그만큼 함부로 손대기 어려운 사건이라는 뜻 아닐까? 아무도 도전하지 못했던 영역인데, 류승완이 한다니까 이 정도로 지원을 받은 것이라 생각한다. 이왕 도전한 거 좀 잘 만들었으면 좋았겠지만 ㅜㅜ 그래도 한 번 길을 열었으니, 나중에 다른 누군가가 <군함도>를 밑거름삼아 더 나은 영화를 만들게 되면 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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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극뽕 신파'에 많이 감동받는다. 류승완 감독도 이 정도 코드에 맞게 영화를 만든 것 같다. 그런데 영화의 주된 갈등축이 가해자로서의 일본인에 대한 피해자로서의 조선인들의 저항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단순한 흑백논리로만 이야기가 흘러가지는 않는다. 조선인 내부에도 복잡다단한 차별과 편가르기와 배신과 갈등이 벌어지고, 오랫동안 지배당해 만들어진 패배의식도 비판적으로 다룬다. 물론 이 부분도 좀 더 섬세하게 표현이 되었다면 좋았겠지만 ㅜㅜ 암튼 나는 감독이 맹목적인 국뽕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고 생각한다. 국뽕 영화라고 무작정 까기 전에, 국뽕 코드가 여전히 잘 팔리는 현실, 그리고 개인적 차원에서는 아무리 깊이 성찰해도 빠져나오기 어려운 민족주의적 사고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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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대형 영화들이 꽤 많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내가 본 건 최동훈 감독의 <암살>, 김지운 감독의 <밀정>,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이준익 감독의 <동주>와 <박열> 정도이다. <군함도>는 이들과 비교했을 때 퀄리티가 많이 떨어진다. 감독이나 배우들에 대한 팬심이 아니라면 돈 내고 보기 아까운 수즌이다. 그래도 - CJ의 횡포 덕에 - 관객 천만 명은 쉽게 동원할 것 같다. 손익분기점이 천만 명이라 카던데, 꼭 넘겨서 류승완 감듁이 하고 싶은 영화에 도전할 기회가 다시 한 번 주어지면 좋겠다. 물론 이번 영화에 대해서는 생각을 좀 해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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