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중1 다섯 명과 수업을 했다. 오래 함께해서 나도 아이들도 서로를 잘 안다. 그래서 웬만한 일은 웃으면서 넘겨버린다. 그런데 어제는 수업 분위기가 너무 안 잡혀서 화가 났다. 최근 몇 주 동안 계속 정돈이 안 되기도 했고, 요즘 감정적으로 좀 취약하기도 하다. 확 지를뻔했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대신 정색하고 분위기를 잡은 다음 대화를 시도했다. 오늘만 그런 거냐, 아니면 이 수업이 이제 지루해진 거냐? - 오늘만 그래요! 근데 요즘 몇 주 동안 계속 이랬던 것 같은데? - 그건 그래요.. (다행히 양심은 있군..) 이 더운 날에 집에서 쉬면 더 편할 텐데 왜 굳이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고생하는 거냐? 너희는 여기 오는 이유가 뭐야? - 책 읽으면서 공부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하려고요! 진심이야?..
* 택시를 탔다. 신길역 가주세요. - 지하철역 가시나요? 아니요, 그 근처에 볼 일이 있어서요ㅎㅎ - 신길역 근처에 좋은 화장실이 있나? 왜 볼 일을 거기서 보세요? 껄껄껄 아재들의 개그감이란.. * 기사님 전화벨이 울린다. 거기 하룻밤 숙박료가 얼마죠? 바닷가랑은 가까운가요? 근처 수목원은 지금도 할인하나요? 등등을 묻더니 전화를 끊는다. 하루 자는데 20만원이라니 말이 되냐며 투덜댄다. 동해안쪽으로 가시나요? - 아니요, 천리포요. 해수욕은 안 하고, 서해안이니까 낙조 보고, 고기나 구워먹다 오려고요. 제가 작년에 환갑 지나고 올해 에순 둘인데, 자식놈들이 지 애비 생일이라고 뭘 해준다 그러네요. 그래서 제가 용감하게 방을 얻어보겠다고 큰소리쳤는데 큰일났네 이거.. 생각해보니 우리 아버지 또래다. ..
아이쿱생협의 지역 조합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물품심의'라는 모임을 한다. 개발이 거의 끝나 출시를 앞둔 물건들을 소비자 조합원들이 직접 사용해보고 평가를 취합하는 자리이다. 아이쿱생협이 소비자 운동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생협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드러내는,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일반 조합원들은 물품심의에 참여함으로써 수동적인 수용자에서 능동적인 행위자가 된다. 생협에 가입한지 2~3년쯤 된 것 같은데, 나는 오늘에야 처음으로 물품심의에 참여했다. 역시 한 달에 한 번 진행하는 마을모임을 일부러 물품심의 날짜와 겹쳐 잡은 덕에 가능했다. 물품을 소개하고, 어떤 성분들이 들어가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고, 직접 사용해보고(식료품이 많아 주로 먹어본다) 소감을 꼼꼼히 기록한다. 가정 주부..
* 어느 반에 속해 있든, 아이들이 나에 대해서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두 개 있다. 하나는 웃기게 생긴 사람이라는 것. 다른 하나는 화를 내지 않는다는 것. * 화를 내지 않는다고 해서 만만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화를 내지 않는 대신 끝까지 토론해서 합의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합의의 기준은 무엇이 더 옳고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가이다. 합의된 결론은 정답이 아닐지도 모른다. 대신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지표가 된다. * 초등학생 때 만나 어느새 중학생이 된 아이들과 를 읽고 있다. 에는 주옥 같은 명대사들이 참 많이 나온다. 얼마 전 수업에서는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대사가 나왔다. '내가 너희에게 화를 내지 않는 이유는, 정말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
* 오늘 들은 이야기 하나.우리 조합원 선생님의 지인이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수업 시간에 장난을 많이 쳤다. 교사가 그에게 앞으로 나오라고 했다. '왜요?라고 물었더니, 납득할 수 있게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고 한다.그 사람이 한국의 고등학교로 전학왔다. 아느 날, 수업 시간에 장난을 많이 쳤다. 교사가 그에게 앞으로 나오라고 했다. '왜요?'라고 물었더니, 그 교사가 바로 싸다구를 날렸다고 한다.마치 도시전설 같지만, 한국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왠지 모르게 공감가는 이야기. * 오늘 들은 이야기 둘. 수강생이 들려준 이야기.수행평가 숙제가 나왔다. 한 아이(A)가 수행평가 프린트를 잃어버렸다며 친구에게 프린트를 빌렸다. 친구(B)는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프린트를..
지금 나의 가장 큰 장래희망은 '꼰대가 아닌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기회가 될 때마다 '꼰대'란 어떤 유형의 인간인지 고민한다. 그리고 나에게서 꼰대스러운 면모가 아주 미세하게라도 발견되면 싹 쓸어서 내다 버리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내가 꼰대를 겁나 싫어하기 때문에 나는 어떻게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얼마 전에 동료들과 '꼰대는 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다들 나만큼 꼰대를 싫어하기 때문에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딱히 형식을 갖춘 대화는 아니었기 때문에 이야기가 여기저기로 사정없이 튀었다. 논의가 마지막으로 가 닿은 곳은 '꼰대는 어떤 사람을 의미하는 것인가?'였다. 당시 우리가 희미하게나마 내린 결론은, 꼰대는 자신과 타인 사이에 위계를 만들..
* 이제 갓 중학교에 입학한 중학생들은 새로운 생활에 힘겹게 적응하고 있다. 수업 시간만 되면 어찌나 힘들어 하는지 지켜보는 내가 다 피곤할 지경이다. 이전과는 다른 시간에 다른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지내는 일에 적응하기가 이렇게나 어렵다. 그렇지만 일상의 시간표와 활동 공간은 때때로 바뀌기 때문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니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기르는 일은 참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잘 버텨내면 새로운 자신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점도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 * 그러고 보면 일반적인 직장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그 어느 때보다 강압적으로 일상의 시간표와 활동 공간을 바꿔야 했을 테니 말이다. 그에 비하면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근무 시..
한 수업에서 어떤 학생(A)이 다른 학생(B)을 때렸다. 처음 그랬을 때 따끔하게 주의를 줬음에도 같은 일이 한 번 더 발생했다. 폭력을 행사한 학생에 대한 처벌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동료들과 논의하고, 오랜 시간 숙고했다. 냉각기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2개월 정학을 결정했다. 내가 A를 관찰한 바로는 이 정도는 충분히 납득하여 반성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둘은 수업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계속해서 티격태격 다퉈왔다. A나 B나 심리적으로 아픔이 있는 사람들이다. 둘 다 다른 사람과 소통이 잘 안 되는 타입이다. 성향이 비슷하다보니 서로에게 더욱 예민하게 반응했던 것 같다. 그런데 B는 자신의 행동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 반면 A는 감정과 행동 조절 능력이 부족한 편이다. 그로 ..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으로서, 맡은 바 직무를 더 잘 해내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학생들이 배우는 내용을 완전히 습득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항상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준비를 꼼꼼히 하더라도 학생들이 수업을 들을 의지나 역량이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그 날의 수업은 성공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교사가 결국 맞닥뜨리는 질문은 '사람은 어떻게 배우는가'이다. 자크 랑시에르의 저서 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사람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언어를 습득하고 대상을 구분한다. 이는 인간이 대상을 이해하려는 의지, 세상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타고 나기 때문이다. 그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인간은 다양한 도구를 활용한다.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는 지능이다. ..
세상에는 상하좌우로 다양한 경계선들이 촘촘하게 그어져 있다. 그 경계선들은 집단 의식과 과학 기술적 한계, 그 둘이 결합된 사회 제도에 의해 만들어진다. 어떤 경계선들은 너무나 익숙하게 우리의 삶을 `둘러싸고 있기에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공부를 한다는 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경계선들을 감지하고, 그 경계선들의 유래와 그것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해내는 일이다. 사람들은 각자의 입장이나 성향에 따라 특정한 경계선을 강화하거나, 약화시키거나, 혹은 없애려는 욕구를 가진다. 이 욕구들이 합쳐저 현실에서 실재적인 힘을 획득하면, 그것은 '~~주의'라는 이름을 획득한다. 그리고 '~~주의'를 실현하려는 사람들은 '~~주의자'라고 불린다. '~~주의'는 일정한 비전과 정당성을 지니고 있고,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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